"기 죽은 남자 / 박 태훈"
대개의 여인네들은 친목 모임이 몇개씩은 된다
오늘도 마누라가 모임에 다녀와서 푸념을 한다
누구 최주사는 돈이 많아서 아들딸 집을 다사주고
이번에는 유럽여행 간다고 합디다..
그리고 누구 누구는 땅을 사고 아파트를 사고
아들이 용돈으로 몇 십만원씩 주고 딸이 밍크 옷
새로 사주고... 누구는 아들이 좋은 곳에
취직이 되고... 모두 잘된 것 뿐이다
여기까지는 남편 양반이 들을 만한 대목이다
그런데 친구들 자랑 이야기를 하던 마누라가
이번에는 남편에게 그 잘못을 돌려 댄다
투정이 시작 된것이다
사십년전 밥상 걷어찬 이야기부터 시작한
남편에 대한 험담은 끝이 없다
남편은 정말 죽일 놈이 된다. 고생시키고 좋은 옷
못 사주고 자랑거리 없는 것도 남편 잘못이다
듣고있던 남편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참는다... 실력행사했다간 열흘 밤낮하고...
결국 빌어야하는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다
정말 참아야하는 남편이다
마누라 투정이 끝난 후에 남편이 입을 연다
그렇게 잘사는 친구에게서 맛있는 밥
얻어 먹었느냐고... 그리고 그 돈많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구경한번 시켜주더냐고...
마누라는 아니라는데... 남편 조용히 입을 연다
나는 복이없어 투기를 못했던거라고...
그래도 밥은 먹고 사는 형편 아니냐고...
매일 신문을 봐 돈먹고 높은사람들 자살하는 것
그리고 쇠고랑 차는것... 다 지 팔자여...
자네도 팔자가 더러워 나에게 시집온거구
나도.... 남편은 다음이야기는 참는다
다~ 지 팔잔걸 나도 열심히 살았지만 부자가
안되는걸!... 마누라 팔자까지 더럽다고 했다간
그~ 불똥이 튈가봐 참는다 참아...
자랑 좀 하지마라 자랑 좀...
한 평생을 그래도 깨끗하게 살아왔다는
남편의 자부심이 무너지고 마는 순간이다
정의가 무슨 놈의... 청렴이 무슨 놈의...
남편이 생각하니 참담한 생각 뿐이다
내가 말일세~! 돈 있는 부잣집 아들이던지
인물이 잘생겼다면 어디 자네 한테
참아라~! 참아~! 참는 자에게 복이 오느니...
김주사,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도 참아야 한다
가정의 평화여~! 한소리 했다간
김주사 속으로만 내지르는 함성이다
평생 죽도록 일만하고 떨어진게 욕이니...
김 주사 정말 억울하다 세상 참 억울 하다
한 참동안 떠들던 마누라도 속이 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