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일상을 많이 그린 농민 화가 브뤼겔의 걸작은 말년에 제작한 풍경화 연작 ‘계절’이다.
그는 알프스를 여행하면서 자연 풍경에 매료됐고 여행에서 돌아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브뤼겔의 ‘계절’ 연작은 풍경화로서 미술사에 이정표가 되는 작품으로 그 당시 풍경화는 회화의 한 분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브뤼겔은 ‘계절’ 연작을 통해 풍경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으며 또한 이 작품은 네덜란드를 비롯해 북유럽 풍경화 전통에 기초가 된다.
‘눈 속의 사냥꾼’은 ‘계절’ 연작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12개월을 나타내는 연작 중의 하나인 이 작품은 가장 추운 겨울 두 달을 나타낸 것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전경으로서 나무, 눈 속에 파묻혀 있는 건물 그리고 사람들을 검은 윤곽선으로 처리해 하얀 눈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사냥꾼이 눈 속을 뚫고 나와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의 사람들은 얼어붙은 연못에 만들어진 스케이트장에서 여유롭게 놀고 있고 검은 새는 하늘을 날고 있어 전체적으로 평온한 느낌을 주고 있다. 사냥꾼 옆에 있는 앙상한 나무들은 마을의 입구를 알려주는 것처럼 서 있다.
사냥꾼이 있는 왼쪽에서 오른쪽 마을로 관람객의 시선을 유도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 멀리 바위산이 솟아 있다. 이 산은 1550년 브뤼겔이 알프스를 여행했던 것을 기억하면서 표현한 것이다. 단순한 네덜란드 풍경에 알프스 산맥을 그려 넣은 것은 이 당시 풍경화는 단순히 특정 장소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 자신의 의도를 복합적으로 알리기 위해 다른 풍경과 접목시켰다.
화면 왼쪽 사냥꾼 옆에 있는 집에서 사람들이 멧돼지 털을 그을리고 있다. 그 당시 돼지 도살은 보통 1월에 하는 연중행사였기 때문에 이 작품이 1월을 나타내고 있다. 붉은색의 모닥불은 거세게 부는 겨울바람을 알 수 있다.
마을 중앙 스케이트장에서는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 썰매 타는 사람, 골프를 치는 사람, 컬링을 하는 사람 등 모두 45명의 사람이 겨울을 즐기고 있다. 그들 옆에 짐마차를 끌고 가는 사람이 길을 가고 있다. 북적거리면서 활기찬 일상의 이야기를 풍경화 속에 조화롭게 표현한 브뤼겔의 ‘계절’ 연작은 지금 다섯 점만 남아 있다.
처음 ‘계절’ 연작은 브뤼겔의 후원자이자 부유한 은행가였던 니콜라스 용헬링크가 주문한 작품으로서 그의 대저택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됐다. 그 이후 ‘계절’ 연작은 황제 루돌프 2세가 수집하지만 30년 전쟁 동안 발생한 프라하 약탈 이후 일부만 남아 있다. 이 작품은 여섯 개의 패널로 한 계절당 두 개씩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