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조(1490~1534)의 ‘레다와 백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불륜을 주제로 한 네 편의 연작 중 하나다.
제우스가 백조로 변해 레다를 유혹하는 장면은 그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였다.
르네상스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는 물론 푸생·루벤스·세잔 등 후대의 화가들도 이 주제로 작품을 남겼는데 그것은 수세기 동안 제우스의 변신 이야기가 화가들에게 비난을 받지 않고도 에로티즘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는 가장 아름다운 미인 레다를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그녀와의 사랑은 제우스의 불륜 역사상 가장 유명하다. 제우스와 레다의 연애 사건으로 트로이 전쟁이 발발했고 또 로마가 세워졌기 때문이다.레다는 스파르타의 왕인 틴다레오스와 결혼했다. 남편이 왕국에서 추방당하자 레다는 아버지 테스티오스의 궁정에 피해 있었다. 무료하게 보내던 어느 날 레다는 에우로타스 강가에서 목욕하던 중에 제우스에 눈에 띈다.
레다의 아름다움에 빠져 버린 제우스는 그녀에게 접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변신에 능한 제우스는 백조로 변해 의심을 사지 않고 레다의 곁에 다가간다. 제우스와 사랑을 나눈 레다는 알을 두 개 낳게 된다. 첫 번째 알에서 제우스의 아들인 카스토로와 폴리테우케스가 태어나고 두 번째 알에서 클리타임네스트와 헬레네가 태어난다.
제우스의 아들들은 죽어서 하늘로 올라가 쌍둥이좌가 되고 클리타임네스트는 아가멤논과 결혼하고 헬레네는 틴다레오스의 뒤를 이어 스파르타의 왕위에 오르는 메넬라오스의 부인이 된다. 전통적으로 그림에서 레다는 백조를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코레조의 이 작품에서 레다는 화면 중앙에서 백조를 무릎에 안고 있다.
보통 레다와 백조만 등장하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면 오른쪽 끝에 벌거벗은 채 백조와 놀고 있는 여인에게 시녀가 옷을 입혀 주고 있다. 옷을 벗고 있는 여인들은 화면 중앙에 있는 레다의 모습과 닮아 있다.
코레조의 이 작품에서 화면 중앙에 있는 백조는 제우스가 레다와 사랑을 나누는 것을 암시하고, 화면 오른 쪽 끝에 있는 백조는 제우스가 백조로 변해 레다에게 접근하는 장면을, 그리고 날아가는 백조는 제우스와 레다의 사랑이 끝났음을 암시한다. 백조로 변한 제우스의 이야기를 한 화면에 구성하고 있다.
화면 왼쪽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큐피드의 모습은 천상의 사랑을, 화면 오른쪽 끝에 백조와 놀고 있는 소녀는 지상의 사랑을 상징한다. 18세기에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오를레앙의 필립 공 아들은 원작 내용이 에로틱하다고 레다의 얼굴을 훼손한다. 하지만 그후 17세기 제작된 모작을 모델로 복원되었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