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상 중에서 가장 특이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파미지아니노(1503~1540)의 ‘긴 목의 성모’다. 이 작품은 일명 ‘긴 목의 마돈나’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성모의 목이 마치 백조의 목처럼 길쭉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으로 그려진 성모의 모습으로 인해 이 작품은 파미지아니노의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악명 높은 작품이 돼 이탈리아 매너리즘을 대표한다.
이 작품에서 성모는 불편하고 비틀린 자세로 잠들어 있는 아기 예수에게 가슴을 내밀고 있다. 화면 왼쪽의 보좌 천사와 대조를 이루는 예언자가 화면 오른쪽에 있다. 파미지아니노는 이 작품에서 인체의 비례를 기묘한 방식으로 길게 늘여 놓았다. 그는 전체적으로 모든 사물을 다 길게 묘사했다.
성모는 백조의 목뿐만 아니라 섬세한 손과 발, 그리고 성모의 신체까지도 갸름하게 묘사했으며 성모의 무릎 위에서 잠들어 있는 아기 예수조차 그는 인체의 비례를 무시했다. 또 성모와 아기 예수뿐만 아니라 화면 오른쪽에 천사의 긴 다리, 그리고 두루마리를 펼쳐 보이고 있는 예언자도 인체의 비례와 상관없이 묘사했다.
화면 오른쪽 천사가 들고 있는 달걀 모양의 꽃병은 연금술에서 쓰이는 소형 용광로를 암시한다. 꽃병의 형태가 금속을 황금으로 바꾸기 위해 연금술사들이 사용하던 소형 용광로와 모양이 흡사하다. 연금술에 빠져 있던 파미지아니노는 꽃병은 물론 성모의 몸도 연금술에서 사용하던 도가니 아타노르의 형태와 흡사하게 그려 넣었다.
뒷 배경의 대리석 기둥은 화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크다. 큰 기둥은 화면에 인물들이 인체 비례에 맞지 않게 그려 넣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 파미지아니노의 의도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 구성의 조화를 기피하고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형태를 좋아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파미지아니노는 인물들은 양쪽에 균등하게 배치하기보다 한 무리의 천사들을 성모의 왼쪽 구석에 몰아넣고 키가 큰 예언자를 오른쪽 텅 빈 공간에 전신을 그려 넣었다. 하지만 키가 큰 예언자는 화면의 거리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당히 키가 작아 보인다.
파미지아니노는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정통적인 기법을 피했다.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는 고전주의 형식의 미술만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던 그가 택한 방법이 당대에는 수긍되지 못했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모색하고 싶어 했던 파미지아니노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파미지아니노(1503~1540)는 16세기 중반을 휩쓴 고전주의 전통을 거부한 매너리즘의 화가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정교하게 그려진 이 작품에서 파미지아니노는 자신만의 특징을 고수해 당대의 비평가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