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 잔치’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 가장 큰 작품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첫 번째 기적을 행한 장소 가나의 혼인 잔치를 표현한 작품으로 등장인물이 100명이 넘는다. 그는 종교적인 장면을 세속적이고 호사스러운 의식으로 바꿔 놓았다.
신약성서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사도들이 가나의 한 혼인 잔치에 초대됐다. 흥겨운 잔치가 절정에 이르자 포도주가 떨어졌다. 예수께서 하인들에게 ‘물 항아리에 모두 물을 가득 부어라’라고 말씀하셨고 물을 가득 채운 항아리는 어느새 포도주로 바뀌었다.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포도주 맛에 감탄했다. 이렇게 예수는 첫 번째 기적을 갈릴리 지방 가나에서 행하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요한복음 2 : 7~11)
‘가나의 혼인 잔치’ 작품을 보면 웅장한 고대 그리스 양식의 건축물에서 결혼식 하객들이 모여 먹고 마시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거대한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 작품은 평범한 결혼 잔치를 묘사한 것은 아니다. 성서적 주제를 담고 있어 작품의 중요 인물인 신랑 신부는 화면 왼쪽에 앉아 있고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 중앙에 후광에 싸인 예수 그리스도가 앉아 있다. 그 옆에는 성모 마리아와 제자들이 앉아 있다. 예수와 마리아가 잔치의 중심이다. 베네치아의 상류층 복장을 한 하객들과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단순한 옷차림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화면에 터번을 쓴 사람, 동양인 등 다양한 사람과 동물, 자수가 놓인 식탁보, 도자기 등은 상업이 발달해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당시 베네치아를 나타낸다.
화면 중앙에 있는 4중주 음악가들은 당시 베네치아의 유명한 화가들이다. 티치아노는 비올로네, 틴토레토는 바이올린, 바싸노는 코넷, 베로네세는 비올라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음악가들 사이에 놓여 있는 모래시계는 물질적인 쾌락은 순간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예수의 머리 위로 하인들이 잔치에 쓸 고기를 자르고 있는 모습은 후에 있을 예수의 고난을 상징한다. 화면 오른쪽 맨 앞에 노란 옷을 입은 노예가 손님을 위해 물병을 따르고 있다. 그 옆에 남자가 그것을 보고 놀라고 있다. 물병에서 나온 것은 포도주다. 이 장면이 가나의 기적을 나타낸다.
파올로 베로네세(1528~1588)는 이 작품을 베네치아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인 산 조르지오 마조레 식당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했다. 베로네세는 예수 그리스도를 식탁 중앙에 그려 넣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을 암시했다. 그는 식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운명을 암시했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