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화가 루벤스는 천부적인 자신의 재능을 갖고 사업가 기질을 발휘해 성공했다.
유럽 전 지역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자 루벤스는 빠른 시간에 많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공방을 만들었다.
공방에서는 세부적인 그림들을 뛰어나게 그리는 전문 작업 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전문 화가들은 루벤스가 그림을 완성하기 쉽게 그림의 배경은 물론 모델의 의상 등을 그렸다. 하루 종일 전문 화가들은 루벤스 밑에서 일을 했고 그들의 노력으로 공방의 생산라인은 주문일자에 맞춰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루벤스는 작품 제작에 손을 댄 만큼 작품의 등급을 매겨 돈을 받았다. 혼자 제작한 것은 거기에 합당한 금액을, 서명만 한 작품은 2등급으로 취급해 낮은 가격을 받았다. 효율적인 공방 운영 덕분에 루벤스는 주문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얀 브뤼겔과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에덴동산과 인류의 타락’은 루벤스의 공방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제작된 당시에는 에덴동산이 매우 인기 있는 소재였다. 화면 오른쪽 아담과 이브가 있다. 이브는 오른손으로는 아담에게 사과를 건네고 왼손으로는 나무에 달려 있는 사과를 잡고 있다. 아담과 이브의 뒤로 큰 사과나무가 서 있다. 사악한 뱀은 사과나무를 칭칭 감고 있다.
이 작품에서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한 사과를 먹고 있다. 선악과를 먹으면 아담은 평생 일을 해야 하고 이브는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 하지만 아담과 이브는 앞으로 닥칠 고난을 알지 못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아담과 이브의 벌거벗은 모습은 인류가 타락하기 전을 상징한다.
화면 중앙에 있는 염소는 생명의 나무에 뛰어오르고 있다. 이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한다. 생명의 나무와 선악과 사이에 개울이 흐르고 있다.아담의 발 아래에 극락조와 원숭이가 있다. 원숭이는 ‘어리석음’을 상징하는데 그 이유는 원숭이의 행동이 과일을 따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브의 발 아래 있는 공작은 기독교에서 영원한 삶과 부활을 상징한다. 곳곳에 동물을 그려 넣은 것은 진귀한 동물들이 모여 있는 에덴동산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이 작품에서 아담의 머리 위에는 포도가 늘어져 있는데 포도는 후에 그리스도의 피가 될 포도주를 상징한다. 아담과 이브의 원죄는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을 받기 때문에 포도를 그려 넣었다.
얀 브뤼겔(1582~1625)은 피터 브뤼겔의 아들로서 꽃 그림이 유명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꽃과 나무 동물을 표현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는 이 작품에서 에덴동산에서 즐거워 하고 있는 아담과 이브를 담당했다. 이 작품을 공동 제작한 브뤼겔과 루벤스는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