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1597~1651)는 당대에 가장 유명한 여류화가로서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았다. 그녀의 대표작 ‘홀로페르네스와 목을 베는 유디트’는 성서의 이야기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젠틸레스키의 자서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적인 표현과 등장 인물들의 강렬한 감정 묘사, 화면의 명암 처리 등이 카라바조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유디트는 구약성서에서 이스라엘을 구하는 구국의 여성이다.
잔인하고 야만적인 아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는 이스라엘의 도시 베툴리아를 침략한다. 마을이 홀로페르네스 군대에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름다운 유대인 미망인 유디트는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 계략을 짠다.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하기 위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운 옷을 입고 하녀와 함께 아시리아군 진영으로 숨어 들어간다. 아름다운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며칠 뒤 유디트의 미모와 달콤한 말에 속아 홀로페르네스는 그녀를 연회에 초대한다. 연회에서 홀로페르네스에 질탕하게 술을 먹여 유혹한 유디트는 그와 사랑을 나눈다. 잠들기를 기다린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었다.
유디트는 그의 머리를 보자기에 싸서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로 돌아온 유디트는 이스라엘 병사들을 선동해 아시리아군과 싸우게 했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이 달아난 시체를 보고 아시라아군은 공포에 질려 이스라엘 군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망을 친다.
이 작품에서 화면 오른쪽에 오른손으로 칼을 잡고 남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는 여인이 유디트다. 하녀는 홀로페르네스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손을 잡고 있고 유디트의 칼이 홀로페르네스의 목에 반쯤 꽂혀 있다. 그의 목에서는 검붉은 피가 솟구쳐 나와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다.
유디트를 그린 작품들이 많지만 이 작품처럼 목을 베는 행위를 그린 작품은 많지 않고 대부분 홀로페르네스가 이미 목이 잘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젠틸레스키는 당시 유행하던 젊고 아름다운 유디트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역겨움을 참고 있는 여성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성경에는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순간 하녀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젠틸레스키는 화면을 삼각구도로 하기 위해 하녀를 그려 넣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어린 시절 화가였던 아버지의 조수에게 겁탈을 당했다고 한다. 기나긴 법원 소송은 이 사건을 유명하게 만들었고 그녀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참혹한 광경은 그녀에게 고통을 주었던 죄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자 정의의 구현을 상징한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