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도 레니(1575~1642)는 17세기 당시 가장 인기 많은 화가였지만 귀족처럼 행동하기를 좋아해 동시대의 어떤 화가보다 많은 일화를 남겼다.
외설스러운 것을 누구보다도 혐오했던 레니는 신화의 내용조차 우아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다.
이 작품에서 레니는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중에 나오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선택해 표현했다. 오비디우스는 아탈란타 신화의 여러 판본 중 보이오티아 판본에 영감을 받아 이 이야기를 썼다. 아탈란타는 보이오티아 왕의 딸로 남자들도 그녀를 이길 수 없을 정도로 무적의 달리기 선수였다.
그녀는 결혼하면 동물로 변할 것이라는 신탁의 예언을 듣고 영원히 결혼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자신보다 빠르게 달리는 남자가 없다는 것을 확신한 아탈란타는 달리기 경주에서 자신을 이기면 그와 결혼하지만 지는 사람은 죽이겠다고 선언한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아탈란타에 빠진 많은 남자는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위해 죽음의 경주를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무도 아탈란타와 경주에서 이긴 남자가 없었다. 아름다운 아탈란타를 보고 사랑에 빠진 히포메네스는 아탈란타와 결혼하기 위해 사랑의 여신 비너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비너스는 히포메네스에게 사과 3개를 주며 달리기 경주 도중 하나씩 뒤로 던지라고 한다.
히포메네스는 아탈란타의 구혼을 위한 달리기 경주 도중 비너스 여신이 시키는 대로 사과를 던졌고 사과를 보고 호기심을 누를 수 없었던 아탈란타는 세 번 멈춰 사과를 줍는다. 결국 아탈란타는 경기에서 패배하게 된다. 이 작품은 달리기 경주 중 사과를 줍고 있는 장면을 묘사했다.
경기 중에 이미 두 개의 사과를 주운 아탈란타는 마지막 사과를 집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있다. 그 옆에 히포메네스는 그녀를 밀쳐내듯 앞서서 달리고 있다. 검은 먹구름으로 덮여 있는 하늘은 이들의 미래를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히포메네스의 손짓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중에서 ‘내 뒤로 오라’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지만 또한 손짓은 레니의 심중을 암시하고 있다.
그는 심한 마마보이로 평생 어머니 아닌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적이 없다. 귀도 레니의 이 작품은 죽음을 내기로 한 경주의 이미지보다는 바람에 나부끼는 옷자락과 우아한 몸동작으로 인해 고전 발레의 주인공 남녀를 연상케 한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