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의 대표작 ‘시녀들’은 작품 속의 장면들로 인해 미술사에서 지금까지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해석이 제기되고 있는 ‘시녀들’은 미술사에서 불가사의한 작품 중의 하나로 17세기부터 이 작품을 나름대로 재해석해 고야, 드가, 마네, 달리, 피카소 등 근·현대의 수많은 화가들이 작품을 내놓았다.
화면 왼쪽 팔레트와 붓을 들고 서 있는 남자가 벨라스케스다. 작업실로 꾸민 알카사르 궁전의 한 방안에서 대형 캔버스 앞에 서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화면 중앙에는 왕위 계승자인 마르가리타 공주가 드레스를 입고 벨라스케스를 외면한 채 서 있다. 마르가리타 공주는 펠리페 4세의 딸로 당시 4세다.
왕비의 시녀 도나 마리아 서르미엔토가 무릎을 꿇고 공주에게 물잔을 건네고 있고 시녀 도나 이사벨 데 벨라스코는 공주의 뒤에 서 있다. 그녀 뒤로 희미하게 서 있는 사제와 수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화면 오른쪽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일그러진 표정의 여자 난쟁이 마리 비르볼라가 있다. 여자 난쟁이의 뚱뚱한 몸과 어린 마르가리타 공주의 몸이 비교되고 있다. 그녀 옆에는 남자 난쟁이 니콜라시코 페르투사가 졸고 있는 개의 등에 발을 얹어 놓고 있다. 당시 유럽의 궁정에서는 난쟁이가 광대의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을 궁전에 두는 것이 유행이었다.
작업실 뒤편에는 대형 그림이 두 개가 걸려 있는데 벨라스케스의 사위 마소가 루벤스의 작품을 모방해 그린 그림이다. 그림 아래 검은색 프레임으로 된 거울에는 펠리페 4세 내외의 모습이 보인다. 거울 오른쪽 출입구 옆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왕비의 시종 호세 니에토가 서 있다.
미술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장면은 거울 속 국왕 내외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실제로 펠리페 4세 국왕 내외가 그림의 모델을 서고 있는 마르가리타 공주를 위로하기 위해 작업실을 찾았던 일상을 그린 것이지만 화면 속에서 국왕 내외는 거울 속에만 있다.
당시 스페인의 궁정 회화에서는 부부의 초상화는 거의 그리지 않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벨라스케스는 국왕 내외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거울 속의 국왕 내외를 빛으로 둘러싸인 모습으로 표현했다. 빛은 군주의 존엄성을 나타낸다.
이 작품에서 거울은 지혜를 상징하는 도구로서 국왕 부처의 지혜를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벨라스케스의 가슴에 그려진 붉은색 십자가는 성 야고보 기사단의 문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벨라스케스는 이 작품을 제작하고 2년 후에 기사단의 문장을 받았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