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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으로 힘겨운 박사장 반값골프에 모처럼 웃다

惟石정순삼 2008. 11. 18. 09:25

불황으로 힘겨운 박사장 반값골프에 모처럼 웃다

겨울 문턱으로 향하면서 수은주는 뚝 떨어졌지만 골퍼들은 즐겁기만 하다. 골프장이 늘면서 '가을 부킹난'이란 말은 자취를 감췄고 지방 회원제 골프장이 감세 혜택으로 그린피를 내리면서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골프용품 업체들이 2009년형 신제품들을 속속 내놓으면서 골퍼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 주말 골퍼 그린피 싼 골프장 찾아 삼만리 =

'군산CC 1박2일 패키지 20만9000원(그린피ㆍ조식ㆍ숙박 포함), 고창CC 36홀 라운드 16만9000원….'

지방 골프장 '파격 할인 상품'들이다. 18홀 가격이 8만원 수준이니 웬만한 수도권 골프장에 비해 절반이다. 전남 함평 다이너스티는 평일 1박2일에 17만9000원짜리 파격 할인 상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숙박료 정도에 18홀 라운드를 끼워주는 셈이다.

불황에도 요즘 주말 골퍼들은 살 맛이 난다. 가뜩이나 얄팍해진 주머니에 아내 눈치까지 봐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지만 정부의 세제혜택으로 그린피 부담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탄력 요금제도 보편화하면서 시간대와 요일만 잘 맞추면 그린피는 더 낮아진다.

충청권 대표 골프장인 임페리얼레이크CC는 주중 오전 7시 28분 이전 티오프 팀에는 10만9000원으로 그린피를 할인해 준다. 토요일과 공휴일 오후 등 사각 시간대를 노리면 주말에도 14만~16만원대에 라운드가 가능하다. 25만원대인 수도권 근교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일찍 일어나는 골퍼가 값싸게 라운드를 즐기는 법. 영남권 에이원CC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7시 이전에 예약을 하면 그린피 12만5000원으로 라운드를 할 수 있다.

골프장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끼워주기 상품'도 노려볼 만하다. 떼제베CC는 월ㆍ화요일 오전ㆍ오후 일부 팀에 한해 '정규 9홀+퍼블릭 9홀'을 예약하면 비회원이라도 8만원에 라운드를 할 수 있다. 단체팀들은 입이 더 벌어진다. 그린피 부담이 최소 3만원 이상 줄어든 데다 웬만한 지방 골프장들이 무료 셔틀 서비스를 앞다퉈 제공하니 지방을 둘러보며 '원정 골프'를 다니는 맛이 쏠쏠하다.

◆ 때아닌 부킹난? 지방 골프장 신바람 =

골프장들도 모처럼 신이 난다. 공급 과잉에 피말리는 경쟁을 하면서도 골퍼들로 북적이니 마음은 가볍다. 주말 부킹은 한 달씩 밀리고 평일 부킹난도 예사다.

고사 직전까지 갔던 제주도 골프장들도 모처럼 함박웃음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외국 원정 골퍼들이 U턴하고 있는 데다 세제 혜택으로 인한 그린피 인하 특수까지 누리면서 때아닌 호황이다. 최근 제주도가 내놓은 10월 한 달간 골프장 이용객(도내 26개 골프장)은 15만56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5829명보다 34%나 급증했다.

9월에도 11만2729명으로 지난해 8만1859명보다 38% 늘었다. 모든 골프장 주말 예약은 12월 둘째주까지 대부분 완료됐고 평일 역시 원하는 날짜에는 라운드하기가 힘들다. 푹 쉬면서 잠시 현실을 떠날 수 있는 '1박2일짜리 골프 상품'은 동이 날 정도로 인기다. 1박2일 상품은 원래 퍼블릭 골프장 미끼 상품이었지만 최근에는 회원제 골프장들까지 줄줄이 이 상품을 내놓고 있다.

김헌수 순천 파인힐스 사장은 "굳이 1박2일 패키지 상품이 없더라도 자체적으로 1박2일 코스를 만들어 온다"며 "첫날은 우리 골프장에서 라운드하고 다음날은 다른 코스를 예약해 골프를 한다"고 설명한다.

◆ 2009년형 최첨단 골프채 봇물 터졌네 =

2008년이 지나려면 한 달 반이나 남았지만 이미 골프용품 시장은 2009년형 경쟁에 돌입했다.

코브라는 2009년 시장 석권을 노리고 L4V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L5V 드라이버를 내놨고 테일러메이드 역시 거리를 늘린 새 제품 '뉴버너'를 출시했다. 캘러웨이 역시 최첨단 기술인 퓨전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개발한 신제품 'FT-iQ'를 내놓고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언 시장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나이키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개발에 적극 참여한 'VR 아이언 시리즈'를 출시했고 캘러웨이는 세계적인 골프 클럽 디자이너인 로저 클리브랜드가 아시아 골퍼만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프리미엄 아이언 '레가시'를 내놓고 반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웨지 명가 클리브랜드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띤 독특한 숏 아이언 '니블릭(Niblick)'을 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매일경제 신익수 기자]